“학교는 자거나 학원 숙제하는 곳… 진짜 공부는 학원에서” 기사를 읽고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53166739

위 기사를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먼저 든 생각은 앞서가는 사교육 시장에서 좋은 점은 빠르게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공교육을 이렇게 만든 여러 요인이 나를 답답하게 한다.

그 답답함에 대해 토로하기 전에 미리 밝히자면, ‘대입 중심의 교육 기조’라는 사회적 사실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근본적인 원인은 맞으나, 현재 사회구조에서는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논의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이번에 집중할 논의는 현장에서 교사가 겪는 구조적 어려움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의 현실이 교사의 창의적이고 열정적 지도가 가능한 환경인지 질문해보고자 한다.

학급당 인원 수는 적정한가?

사교육 시장에서도 여건에 따라 한 반에 학생이 많을 수도 있지만, 학원에서조차 소수로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한 교실에 25~35명의 학생을 몰아넣고 교사가 이를 모두 확인하고 학습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45분~50분 수업에서 개인당 1~2분만 써도 사실상 수업이 불가능한 구조다.

물론 현장에서는 자기평가, 동료평가는 물론 AI 도구를 활용한 개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인원이 많다 보니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교사는 노력하지만 학력격차는 여전한 이유다.

교사의 개별지도는 가능한가?

기사에 나왔듯 교실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수준의 학생과 뛰어난 학생이 공존한다. 그렇다면 공교육 교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나는 교사로서 개인별 프로젝트나 논술을 강조하여 최대한 개별 지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강의가 더 중요해지는 교과일수록 개별지도는 더욱 어려워진다.

학원에서는 수준별 반편성으로 간단히 끝내는 문제임에도 학교에서는 바람직한지 논란도 있는 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가 학부모/학생에게 교육적 권고를 할 수 있는가?

읽고 쓰고 말하는 기본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교사가 정성적으로 식별하여 집중 지도한다면, 초등학교부터 이어져 중학교에서 겪는 학습 문제를 해결하고, 추후에는 고등학교까지 이어질 학력격차 누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 현장에서 이렇게 진행된다면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를 문제아로 낙인찍는 것 아니냐”며 항의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훨씬 정도가 심한 경우에도 학부모가 현실을 부정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항의하는 학부모가 그렇게 많냐? 논리적 비약이 아닌가? 질문할 수 있지만 마치 인터넷 악플 문화처럼, 원래 소수의 목소리가 큰 사람이 분위기를 형성하는 법이다. 열정으로 지도하던 교사도 하나의 악성 민원인을 만나면 의욕을 잃고, 마음의 병을 얻고, 주변의 동료교사들도 하나같이 포기하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아직 악성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은 현장에 자리잡지 못했다(교사뿐 아니라, 악성민원인으로 고통받는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하는 특이민원 대응 훈련이 없어지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용이 더 생생하게 악랄해져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나 아동학대처벌법 등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된 것은 맞으나, 아동복지법과 같은 다른 법령과 충돌하는 상황 등에서는 법적 효력이 의문이다.

학교에서 인성지도를 할 수 있는가?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인성교육 분야마저 사교육에 잠식되고 있는 현실에는 교실 내 인성지도의 위축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른바 ‘교권5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법적인 과제가 완비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아동복지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는 계속되고 있다. 올바른 행동을 지도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려 하는 교사는,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할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결국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교직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고, 인성교육의 공백이 생겨 그 자리를 사교육이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더 자세한 논의는 이 글 참고)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들이 누적되면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입 중심의 공교육이라는 교육 기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돈 안 드는 정책부터라도 최대한 할만큼 해보고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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