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서울행정법원은 지혜복 전 교사의 ‘부당전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첫 판결을 내린다. 학교 내 성폭력을 공론화한 교사가 전보되고, 이에 불복하여 출근을 거부한 끝에 해임까지 이른 사건이다.
지난 일을 지켜보며 든 짧은 생각
지 교사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당시 사안에 대해 조사한 서울시교육청 인권옹호관은 피해학생들의 권리 침해를 인정했고, 해당 학교는 이 사건으로 기관경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상충하는 사실도 많다. 지 교사가 피해 학생의 신원을 유출했다고 지목한 사람(생활지도부장)이 피해학생의 신원을 유출했을 ‘개연성’까지는 있더라도 그 정황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다(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어야 적절할까? 사실 인간으로서 모든 행동을 다 ‘옳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시로서는 옳은 일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틀린 일이 되는 것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건을 되돌아보면 법적 관점에서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복무를 먼저 생각했어야
행정법에는 ‘공정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행정행위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당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 한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는 원칙이다. 공무원에 대한 전보처분은 행정행위로서 공정력을 가지므로,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설령 해당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거나 재량권 일탈의 위법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지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이때 당연무효라 함은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370 판결).
물론 지 교사는 해당 전보가 ‘당연무효’ 수준의 보복성 처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무효’ 수준인지 ‘취소’ 수준인지, 그도 아니면 재량권의 영역인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본인이 스스로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여 처분에 불응할 수 있다면, 행정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그렇기에 공정력이라는 법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전보 처분이 다소 부당하더라도, 이것이 장기간 무단결근한 것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즉, “전보가 위법하다는 것”과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지 전 교사 측인 민변 쪽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노동자가 부당 전보에 응한 후 부당 전보를 다툴 것인지, 아니면 응하지 않은 채 부당 전보를 다툴 것인지는 노동자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전술의 문제”라고(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217). 그래서 이렇게 답하고 싶다. 지금 택한 전술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은 너무 크다고.
일반적인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가 아닌 국가공무원법이 우선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복무의무는 엄격하게 적용된다. 지 교사는 2024년 2월부터 출근을 거부하고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인 9월,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임되었다.
만약 지 교사가 전보된 학교에 일단 출근하면서 전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승소할 경우 원래 학교로 복귀할 수 있었을 것이고, 패소하더라도 교단에는 남아 있을 수 있고,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도 동일하게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그러나 출근 거부라는 선택은 어떠한 경로로 가더라도 해임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피해학생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두고 법적으로 싸울 때에는 핵심 쟁점이 ‘출근 거부에 따른 해임 여부’나 ‘논란 있는 전보기준 및 그에 따른 전보명령 수용 여부’가 되기보다는 ‘학교의 성폭력 사안에 대한 미흡한 대응’ 내지는 ‘가해학생에 대한 정당한 회복적 교육 내지는 응보’가 되었어야 이 사안의 본질에 맞다. 그런데 지금 이 사건은 본질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싸우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본질적 영역에서는 대부분 패배하고, 부수적인 영역에서 전선을 넓혀 너무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쉬운 지점이다.
전보명령에 대한 대응의 아쉬움
한편, 지 교사는 전보 관련 서류 작성을 거부했고, 학교가 대신 서류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본인 의사를 무시한 강제 전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인사권자의 권한 행사는 본인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만약 본인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면 전보를 할 수 없다면, 인사권 자체가 형해화되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과학과 교사도 전출 대상이 되었다. 지 교사만 표적이 된 것이 아니었다. ‘선입선출’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이러한 기준 산정 문제로 어느 학교에서든 교과 간, 교과 내에서 못 볼 꼴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해당 기준은 단위학교 내 교육과정위원회, 교과협의회, 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쳐 합의로 도출된 기준으로 보인다.
‘선입선출’을 잘못 적용했다는 반박에 대해서도 상당기간이 지난 시점이 아니라 전보가 이루어지던 시점에 행정소송 제기 및 신속한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맞지 않았는지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판단들을 살펴보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전보 취소와 해임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지 교사가 제기한 형사고소도 전원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검찰항고도 기각되었다. 감사원도 “이상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러한 선행 판단들은 지금 진행되는 전보 취소 관련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의 판단에 당연히 영향을 준다.
서울행정법원이 지 전 교사에 유리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당한 주장도 되도록 유리한 전장에서 펼쳤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 전 교사는 이 사건을 정의 대 불의의 싸움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잣대로 법의 영역에서 싸우고자 ‘나에게 내려진 전보명령은 부당’하며 그에 따라 ‘출근을 거부한다’는 선택이 전장을 완전히 뒤바꾸고 말았다. 그 결과 사안의 본류에 대해서는 얻어낸 것이 거의 없지 않은가.
물론, 지 교사가 피해 학생들을 두고 떠나는 것을 ‘배신’으로 느꼈을 심리적 압박감은 정말 내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700일 넘게 계속 싸워왔을 것이다. 나도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심정적으로는 정말 안타까움이 크다.
나는 법 전문가가 아닌데다, 이 사건에 관련된 변호사만 수십명 이상인 만큼 내 판단이 정확하다고 단정하지는 않겠다. 더 나아가 내가 틀렸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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