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는 예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예술에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은 내가 요 몇년간 생각하는 주제다. 클래식 피아노를 다룰 때에도 기계적인 훈련(mechanic)은 기술(technique)의 기초가 되고, 이러한 테크닉은 연주자의 음악적 표현을 자유롭게 한다.
‘테크니션’이라는 단어를 보면, 역사적으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멸칭의 맥락에서 순전히 기교만 있고 예술적 깊이가 부족하다는 의미의 ‘테크니션’이라고 불렸지만, 반대로 예술성을 완성하는 뛰어난 기교를 갖추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메카닉과 테크닉이라는 단어 자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메카닉’은 정확성, 속도 등 신체적/기계적 숙달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테크닉’은 이러한 메카닉을 바탕으로 뉘앙스, 다이나믹, 프레이징 등 음악적 의도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유명한 연주자들은 이러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테크니션’이라고 불려야 할 것이다. 반면 내가 직접 연주할 때에는 내게 아이디어만 있을 뿐 메카닉이 너무 부족했었다. 따라서 메카닉이 없으니, 테크닉도 없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어떤 음악가의 부족함을 비판하고자 할 때는, 그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메카닉은 충분하지만 음악적 아이디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거나, ‘예술적 표현력이 부족한 테크니션’이라고 하는 등 일관성 있는 용어를 사용해 비판해야 할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이미 이런 개념적 분리가 많이 이루어져 있다. 이스포츠 분야에서도 ‘이 선수는 메카닉은 뛰어난데 팀 전술 이해도가 낮다’고 명확히 분리해 표현하거나, 아니면 축구 선수 등을 지칭할 때에도 ‘테크니션’은 긍정적인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정적 테크니션’을 굳이 일상 용어로 치환하자면 ‘겉멋’ 들었다고 표현하면 비슷할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분야에서도 그런 사람에게 ‘테크니션’이라는 칭호를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예술 분야에서 특히 ‘테크니션’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더 많은 현상 자체도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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