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211220211600682
수능의 창시자인 박도순 명예교수는 수능 제도를 이대로 존치시키면서 조정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는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의 본질이 시험이 아니라 입시경쟁, 구체적으로는 대학 서열화와 학벌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서열화와 학벌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에 있어서 자율권 강화를 제시한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이런 방법으로 대학서열화를 타파할 수 있을까? 이미 대도시 및 수도권, 그중에서도 인서울이라는 입지조건과 쌓일 대로 쌓인 졸업생 네트워크 등은 모두 서열화를 강화하거나 고착화하는 구조로 작용할 것이다.
기사에 나온 진단이 대체로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학벌은 어떻게 할지, 서열화는 어떻게 할지, 평등에 기반한 보편 교육인지, 자유에 기반한 수월성 교육인지 원점에서부터 이야기하고 제대로 방향을 정해야 그다음 할 일이 보인다”는 말도 원칙적으로 맞는 이야기인데, 과연 지금 시민들은 현 제도를 바꾸고 싶어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사회, 그로 인한 비인간적인 입시경쟁을 바꾸고 싶어하는가? 사람들은 수능을 보고 문제라고만 하지 “대학 서열화 타파” 따위를 외치면 대학 서열화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그의 영향으로 입시경쟁이 자연히 감소하는 것은 오히려 굉장히 간단한 문제다.
나중에 능력주의에 대해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공정하다는 착각” 외에도 다수의 사회학 관련서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듯이 학력경쟁에 있어서 학생들이 직면하는 구조적 현실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에 시민들이 더욱 더 깊이 공감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첫번째다. 입시정책에 관련된 사람들은, 현상만 땜질하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현실도피임을 인정하고 이런 주제를 솔직하게 시민들의 숙의에 맡겨야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