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해지는 책”을 읽고

미국 드라마 “Mentalist”의 Patrick Jane이나 영국 드라마 “Sherlock”의 주인공 등에서의 엄청난 기억력이나 기억기술에 관한 묘사는 일반인들에게 그들을 신과 같은 능력자로 비춘다. 현실에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그와 같은 경지를 이루는 사람들이 있고, 그 중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이 사용하는 여러 기술을 모아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다만 나는 초반부만 읽었는데도 흥미가 대단히 감소하여 뒷부분은 쓱 훑어보는데 그치게 되었다. 나 자신도 물론 훌륭한 기억력을 가지고 싶고, 또한 나중에 학생들에게도 이를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에 처음에 큰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그 이유는 책 초반부의 다섯 가지 간이 기억 테스트였다. 90점 만점 중 87점을 획득했는데, 이는 자랑하려고 쓴 점수가 아니고, 책 후반부에 나올 여러 기억술들이 결국은 인지처리과정의 기본을 돕는 하나의 방법밖에 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 테스트들은 잠시간의 단기기억만 테스트할 뿐 우리가 진정 필요한 장기기억 전략과는 딱히 연관성이 없었다.

어떤 정보를 암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첫째, 그 정보들을 결국은 얼마나 내가 그 정보를 이해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고 재분류하는 등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느냐 여부고, 둘째, 그 과정을 얼마나 반복할 수 있고, 또 어느 주기로 반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억의 유지율이 결정된다. 이는 심리학의 인지주의 학습이론 중 정보처리이론에 근거한다. 해당 이론의 핵심은 첫째 주어진 정보에 주의를 집중해서, 둘째 그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또는 의미를 부여하며, 셋째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지각한 정보를 머릿속에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연의 과정에서 부호화를 얼마나 적절한 전략을 통해서 할 수 있으며, 얼마나 일정 주기로 반복해서 할 수 있느냐가 장기기억으로의 성공적인 저장 및 인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기억의 원리는 간단하다. 정보를 지각하고, 이해 및 분류하고, 그것을 적절한 전략을 택해 지속적으로 상기하는 것이다. 내 경우는 정보를 접하면 분류하거나, 두드러지는 특징을 기억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혼잣말과 신체적인 동작 등을 함께 해보며 다양한 감각으로 정보를 기억하도록 하는 정도가 개인적인 전략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어떤 학문적인 내용을 공부할 경우에는 나만의 이야기를 흐름을 만들거나, 목차를 어떻게든 먼저 외우거나, 머릿속에서 내가 해당 정보를 사용할 실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개중에서는 꽤 복잡한 방법들이 있다. 즉 내가 말한 것들보다 더 창의적일 것과, 더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다양한 기억술은 당연하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기술을 이해하려고 시간을 쓰고, 연습하려고 시간을 쓰고, 반복하여 노력하는 데에는 굉장한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 책의 저자처럼 단순한 정보를 굉장히 빠르게 암기해야 할 일은 거의 없다. 만약 직업상 그래야 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노력이 동반된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책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수험생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러한 내 의견은 이미 다양한 기억술을 익힌 사람의 노력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 시작할 사람들에게 내가 외워야 할 정보의 유형과 내가 익히고자 하는 기억술의 방향을 잘 맞춰서 선택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 책에 나오는 모든 기억 기술을 연습할 필요는 당연하게도, 없다. 본인의 흥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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