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마감하면서

사실 지난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버워치 리그에서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분석가 타이틀을 달고 올해도 어찌저찌 마감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IN/OUT 오피셜 따위 없어 스스로 소식을 알려야 하는 미미한 존재감을 자랑했지만, 뉴욕 시절은 압도적 정규시즌과 스테이지 우승, 워싱턴 시절에는 신생팀을 만드는 데 조력했다면, 서울에서는 지금껏 못한 플레이오프 우승을 위해서 노력한 것에 의미를 둔다.

시즌 중간에 급하게 도입된 월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고, 시즌 중반까지 업무체계가 자리잡는 데에 귀중한 시간을 많이 소요한 것도 아쉽고,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들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어떤 관점이 우리 팀에게 필요하고, 또 부족한지를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코치진이 원하는 관점의 자료를 더욱 정교화·구체화시켜 생산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수동적 역할은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팀의 승리에 필요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새롭게 요구된 능동적 역할이었는데, 팀미팅이나 기타 코칭세션에 대한 배경지식을 간접적으로 습득하다 보니, 즉 비상주 인원으로서 이러한 능동적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확실해졌다. 팀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논의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알아야 능동적 역할에서의 자율성이 생긴다는 것이 시행착오를 겪고 알아낸 결론이다. 문제는 그러한 역할은 여전히 요구받는 데 더해 내가 다른 코치진처럼 게임 자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커졌다.

나는 게임이해도가 없기에 코치의 방식으로는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이번 그랜드파이널 결승대비 보고서를 꾸미면서 곁다리로 추가해둔 경기 분석은 사실 코치진에서 이미 몇 번이고 생각해봤을 내용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저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나마 괜찮다 싶은 의견만 몇 개 골라서 적어놓았을 뿐이고, 그 부분이 내가 잘하는 영역은 절대 아니다. 내 분석가로서의 장점은 그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활용해 신선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훨씬 페이가 높은 코치직에 대한 열망이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이 Assistant 타이틀이라도 뒤에 Analyst가 붙는지 Coach가 붙는지에 따른 차이가 굉장히 크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두 배는 될 것이다. 하지만 내 게임이해도를 가지고서 선수를 직접 가르치는 코치직은 맞는 옷이 아니다. 어떤 일을 잘 하는 데에 있어 그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과,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 그리고 실제적인 능력 3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면, 나는 코치로서 이 3가지 모두 부족하다(연봉을 그쯤 받으면 생기려나? 굉장히 무책임한 발상이지만). 애초에 저 먼 옛날 LW 시절 분석업무를 시작했을 때 이유가 게임을 더 잘 파악하고 싶어서였는데, 3년이 지나며 그것은 어렵다는 것 내지는 내가 그것을 이룰만 한 대단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솔직히 뉴욕과 워싱턴 시절에는 실제적인 도움 여부를 떠나 내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효능감이 거의 없었다. 이번 팀에서는 조금 달랐다.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내가 3월에 합류했기에 조금 더 빨리 합류했더라면, 내가 중간에 열정이 떨어졌을 때 어떻게든 조금 더 팀의 승리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후회가 든다. 그런데 이러한 후회를 하는 이유가 바로 결과에 대한 보람의 유무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안상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지만 나는 이번 시즌, 특히 그랜드파이널 기간에 일정한 발전적 성과와 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이런 아쉬움은 뒤로 하고, 벌써 3시즌째 같이 일하고 있는 WizardHyeong 전략코치, Bongwoori 분석팀장, 그리고 다른 분석가, 코치 및 선수와 더불어 더욱 성장한 한 해가 되었다고 자평한다. 또한, 처음 서울 다이너스티에 채용공모에 지원할 때 지원동기에 밝혔던 대로, 팬을 위한 열정을 미력하나마 보일 수 있었기에 세 시즌 중 가장 기분좋은 마무리가 되었다.

미래 계획에 관해서는, 분석가로서 다음 팀을 구할 수 있을지 문제를 떠나 내년에 팀을 구해야 할지 여부, 즉 진로 역시 고민이기에, 오버워치 리그에서의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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